욕망, 꿈, 그리고 재정의 —— GUCCI를 재구성한 디자이너들의 흔적 Part.2
지난 파트 1에서는 1921년 창업부터 가족 경영으로 확장된 과정, 그리고 아이코닉한 가방과 로퍼의 탄생까지를 따라갔다. 그러나 패션 하우스로서의 GUCCI가 신화로 변모한 것은 오히려 그 이후의 이야기에서 더 두드러진다.
본 기사 파트 2에서는 톰 포드,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리고 현재의 사바토 데 살노에 이르기까지, GUCCI의 미학을 크게 흔든 세 시대의 재구성을 해석한다.
톰 포드 시대(1990–2003) — 섹슈얼리티가 브랜드를 구하다
가족 내 분쟁과 실적 부진으로 기반이 흔들리던 1990년대 초반. GUCCI의 운명을 바꾼 것은 당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Tom Ford)였다.
그가 1995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것은 벨벳 힙스트랩 팬츠, 글로스 립스, 그리고 스모키 아이였다. 에로틱하면서 세련된, 90년대의 “Y2K 모드”를 선도하는 대담한 세계관은 패션이 “욕망의 매개체”임을 재정의했다.
“포드는 GUCCI를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그의 손길은 GUCCI의 매출을 5년 만에 약 9배로 끌어올리며 브랜드의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다. 더불어 보테가 베네타와 이브 생 로랑의 재건에도 참여하며, GUCCI 그룹의 얼굴로 군림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시대(2015–2022) — 과잉된 꿈과 젠더리스의 시학
포드의 퇴임 후, 잠시 혼란기를 거쳐 2015년, 프리다 지아니니의 후임으로 등장한 것이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였다.
미켈레가 가져온 것은 “반 섹시”라는 역설적 혁신이었다. 70년대의 빈티지와 빈티지 아이템을 연상시키는 맥시멀리즘(과잉 장식)과, 젠더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시적 모호성은 순식간에 세계를 매료시켰다.
2016년에는 GG 모노그램의 재해석, 과잉된 자수, 동물과 식물의 상징(호랑이, 뱀, 대나무) 등이 융합된 컬렉션을 선보였다. GUCCI는 다시 패션의 최전선에 복귀했다.
“GUCCI는 전례 없던 젊음과 자유로움, 그리고 자기 표현의 도구가 되었다”
— 보그, “해키 버스데이, GUCCI” 기사에서
이 시기, 브랜드는 할리우드×얼터너티브 컬처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해리 스타일스와 빌리 아일리시를 선두로, 음악과 영화와 연계된 캠페인은 “새로운 쿨”의 이미지를 재정의했다.
하지만 반면, “과장된 장식”과 “노스탤지어”에 의한 브랜드 피로감도 지적되기 시작했고, 2022년 돌연 퇴임했다.
사바토 데 살노 시대(2023–2025) — 정적과 명료성, 그리고 원점 회귀
GUCCI를 2025년까지 이끈 이는 나폴리 출신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살노(Sabato De Sarno)다. 벤틀리노와 프라다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미켈레와는 대조적으로 미니멀리즘과 현실주의를 갖춘 심미안을 지녔다.
2023년 9월 공개된 첫 컬렉션 “GUCCI ANCORA”에서는 로고와 과잉된 장식을 줄이고, 현대적 현실을 중시한 조용한 글래머를 선보였다. 세련된 컷, 심플한 가죽, 균형 잡힌 색채. 그 속에는 톰 포드 이전의 GUCCI, 즉 “소재와 재단으로 승부하는” 장인정신의 정신이 엿보인다.
“나는 GUCCI를 ‘다시 사랑받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
— 사바토 데 살노(Business of Fashion 인터뷰에서)
GUCCI의 재정의는 지금 새로운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흔든 “GUCCI다움”이란 무엇이었을까?
톰 포드가 GUCCI에 준 것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스타일”이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끈 것은 “기억과 시적 교차하는 판타지”였다.
사바토 데 살노가 모색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아름다움”이다.
세 명의 미학은 교차하지 않고 각각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GUCCI라는 이름 아래서 성립되었다.
즉, “GUCCI다움”이란 본질적으로 고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는 정신이 아닐까.
맺음말 — GUCCI는 “기호의 갱신”이다
창업 100년이 넘은 GUCCI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럭셔리라는 개념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흔적 그 자체다.
그 변화는 언제나 “기호의 갱신”에서 시작되었다.
호스비트가 기호였던 시절, GG 로고가 힘을 갖던 시절, 바나무의 마디가 혁신이었던 시절.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기호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GUCCI는 항상, 럭셔리를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응답의 집합체다.